[오마이뉴스] 이재명 '성평등 정부', 여성가족부 넘어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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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11일, 19개 부처에 대한 초대 내각 인선을 마무리했다. 지명된 장관 후보자 19명 중 여성은 5명(강선우·송미령·이진숙·정은경·한성숙)으로, 여성 비율은 26.3%에 해당한다. 이는 대선 공약이었던 '여성 장관 30%'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윤석열 정부 1기 내각의 18.75%와 비교하면 개선된 수치다. 초대 내각 지명자 중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공직 적격성 논란이 특히 격화되고 있는 시점에, 새 정부의 성평등 정책 추진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고 그 권한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당선 이후에도 국무회의 등에서 해당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책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국회에서는 성평등가족부의 방향성과 운영 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고, 한국여성학회 및 주요 여성단체들이 연이어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보수 개신교 계열의 학부모 단체들은 '성평등'이라는 용어가 양성평등을 부정하고 동성애, 성전환, HIV/에이즈를 조장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래디컬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일부 2030 여성들 역시 다른 결의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성차별이 여전히 뿌리 깊은 한국 사회에서 정부 자원과 정책은 '생물학적 여성'에게 집중되어야 하며, 남성까지 포괄하는 정책은 오히려 여성의 권리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찬반의 엇갈림 속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이 여성가족부의 권한 강화와 내각 내 여성 비율 확대, 성폭력 예방 및 피해 구제 강화 등 성평등 정책 전반을 약속한 점은 분명히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여전히 구조적 한계는 존재한다. 핵심적인 문제는 바로 '여성'을 '가족'과 결합된 형태로 다루는 부처 구조 그 자체다.
여성가족부라는 이름의 이중적 한계
여성가족부는 그 명칭부터가 여성 문제를 가족이나 청소년 이슈와 결합된 하위 영역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이는 곧 여성의 존재를 '어머니', '양육자', '가족의 일원'으로 전제하는 정책 철학에서 비롯된다. 결과적으로 이 부처의 주요 업무는 출산과 양육 지원에 집중되어 왔으며, 이는 여성 개인의 시민권이 아닌, 가족을 위한 기능으로서 여성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이었다.
또한 성희롱, 성차별, 성폭력 예방과 피해 구제 역시 여성가족부의 주요 업무다. 피해자의 다수가 여성이므로 당연하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이러한 업무가 특정 부처에 귀속됨으로써 여성은 지속해서 '피해자'로만 대상화된다. 이는 성차별이라는 구조의 문제를 전체 사회 시스템의 과제로 전환하기보다, 특정 집단에 한정해 다루는 결과를 낳는다.
구조적 불평등을 다루기 위한 부처 개편
성차별은 단일 정책이 아닌 교육, 고용, 노동, 주거, 안전, 건강 등 다양한 영역에 걸친 구조의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이라는 정체성과 가족이라는 기능을 분리해 각각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개편을 제안한다.
1. 여성가족부는 '성평등부'로 명칭을 변경하고 권한을 확대한다.
성평등부는 여성만이 아닌 남성, 성소수자, 다양한 젠더 정체성을 포함한 모든 시민의 성별 기반 권익을 다루는 범부처적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 고용, 노동, 젠더폭력 등 주요 영역에서 실질적 정책 개입과 조정 권한을 가지며, 그에 상응하는 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2. 가족 및 청소년 정책은 '가족청소년부'로 분리하여 신설한다.
저출생, 양육, 청소년 복지 등은 인구정책과 아동복지 중심으로 접근해야 하며, 이는 여성의 권익 정책과는 다른 논리와 목표를 지닌다. 예컨대 육아휴직 확대, 양육비 지원, 아동 정신건강 문제는 가족 단위의 사회정책이지, 여성정책으로 한정되어선 안 된다.
3. 젠더 다양성을 반영한 통합적 성평등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성평등부는 생물학적 성별 이분법을 넘어, 다양한 젠더 집단의 현실과 권익을 반영한 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여성의 권리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성차별 문제를 전체 사회의 책임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4. 부처 간 연계 강화를 위한 협력기구가 필요하다.
부처 분리는 행정적 비효율이나 협업의 단절을 초래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의 '성평등정책위원회' 혹은 '정책협의체'를 구성하여, 유기적 연계와 협업 구조를 제도화해야 한다.
성평등 정책은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여성과 가족을 분리하는 부처 개편은 단지 행정조직의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가 어떤 철학으로 성평등에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더 이상 여성은 가족의 일부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성평등은 특정 집단만이 아닌 모든 시민의 존엄과 권리를 보장하는 기본 원칙이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한 성평등 정부를 지향한다면, 그 첫걸음은 '여성가족부'를 넘어서야 한다. 성평등부와 가족청소년부로의 개편은 구조적 성차별 해소와 포괄적 권익 증진을 위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라는 질문에, 단호히 "모두를 위한 정책"이라 답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