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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수사권 '폐지-존치' 프레임, 그 자체가 함정이다

보완수사권 '폐지-존치' 프레임, 그 자체가 함정이다

[주장] 사라진 검사의 자리에 피해자의 권리를 놓아 경찰을 견제해야


원문:https://omn.kr/2j3qc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김동아 의원, 손솔 진보당 의원과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노동자회, 장애여성공감,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관계자들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형사소송법 개정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형사사법은 그동안 여성폭력에 무지했고, 무능했다. 권위주의적이었으며 불평등했다"며 "형사소송법 개정이 피해자에게 개악이면 안 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김동아 의원, 손솔 진보당 의원과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노동자회, 장애여성공감,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관계자들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형사소송법 개정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형사사법은 그동안 여성폭력에 무지했고, 무능했다. 권위주의적이었으며 불평등했다"며 "형사소송법 개정이 피해자에게 개악이면 안 된다"고 촉구했다. ⓒ 유성호


검찰청이 사라진다. 1948년에 세워진 이 기관은 78년 만에 문을 닫고, 오는 10월 수사를 맡는 중대범죄수사청과 기소를 맡는 공소청으로 갈라진다. 이제 남은 것은 형사소송법이다. 조직을 나누는 법은 통과됐지만, 실제로 검사가 수사에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는지를 정하는 절차법은 지금 국회에서 심사 중이다. 그 한복판에 '보완수사권 폐지'가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원칙에는 폭넓은 공감대가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기관이 처음부터 끝까지 쥐고 있으면, 누구를 수사할지부터 재판에 넘길지 말지까지가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된다. 이 권력이 정권에 따라 강도와 방향을 달리해온 역사는 오래 지켜봐 온 바다. 수사는 수사기관이, 기소는 기소기관이 맡고 그사이에 견제가 흐르게 하는 것. 그것이 개혁의 요체라는 데는 이견이 크지 않다.


그러나 최근 여성계가 던진 물음 앞에서 이 원칙은 멈춰 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멈춰서 되돌아가라는 뜻이 아니라, 더 정교해지라는 뜻이다.


지난 며칠 사이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장애여성공감, 민변 여성인권위원회를 비롯한 단체들이 잇따라 국회에 섰다. 이들의 말은 "검찰을 지키자"가 아니었다. 정황증거의 판단이 사건의 향방을 가르는 성폭력 사건에서는, 수사 단계에서부터 공소 유지에 필요한 증거가 누락 없이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경찰이 놓친 혐의와 증거가 검찰의 보완 수사를 통해 비로소 드러난 사건들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다.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이 결정타였다. 검찰의 보완 수사를 거치며 '일반 살인'이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으로 혐의가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경찰의 은폐·조작 시도가 드러났다. 이 사건이 던지는 물음은 검찰 권력의 존폐가 아니다. 경찰 단독 수사가 실패했을 때, 그 실패를 누가 교정하느냐다.


이 물음을 흡수하지 못하면 개혁은 '피해자를 버린 개혁'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를 비롯한 이들이 마이크를 잡고 "증거가 하루하루 사라지는 사건에서 몇 달씩 요구만 하라는 것은 진실이 사라지길 기다리라는 말과 같다"고 울먹인 자리를, 개혁을 지지하는 사람일수록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폐지냐 존치냐' 프레임부터 벗어나야


그런데 지금 국회의 싸움은 온통 '보완수사권을 존치하느냐 폐지하느냐'라는 양자택일로 짜여 있다. 이 구도 자체가 함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프레임 안에서는 존치를 말하면 검찰 권력을 옹호하는 사람이 되고, 폐지를 말하면 피해자를 방치하는 사람이 된다. 그래서 정작 답이 필요한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삿대질하게 된다. 검찰 기득권을 지키려는 이들과 피해자의 절박함을 대변하는 이들이 같은 편에 설 수도 있는 문제 앞에서, 프레임이 둘을 갈라놓는 것이다.


진짜 물어야 할 것은 검사의 권한을 남기느냐 없애느냐가 아니라, 경찰 단독 수사가 실패했을 때 그 실패를 누가, 어떻게 교정하느냐다. 질문을 이렇게 옮기는 순간 답의 자리도 바뀐다. 답은 검찰 권한의 존폐가 아니라, 피해자의 권리와 경찰에 대한 통제 장치를 어떻게 설계하느냐로 이동한다. 폐지에 찬성하면서도 폐지냐 존치냐라는 낡은 프레임을 거부하는 입장이 가능한 이유다. 개혁을 지키는 길은 이 질문을 다시 세우는 데 있다.


그래서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은, 폐지의 원칙을 지키되 그것이 만들어낼 공백을 검찰 권한의 부활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메우는 길이다.


먼저 원칙은 분명히 한다. 검사가 송치 사건을 스스로 다시 수사하고 그 과정에서 별건을 인지·확대하는 포괄적 보완수사권은 폐지한다. 여성계가 우려하는 것도 검사가 다시 수사 판을 벌이는 일이 아니라 경찰의 오류가 교정되지 않는 일이다. 별건 인지 금지와 교정 장치는 얼마든지 양립한다.


그리고 예외의 문은 '기관'이 아니라 '범죄 유형과 기능'으로 연다. 검찰에 권한을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성폭력·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특정강력범죄에 한해 공소 유지에 직결되는 최소한의 보완 수사만 예외로 허용하는 것이다.


대상 범죄는 대통령령에 위임하지 않고 법률에 열거해 확장의 소지를 막는다. 보완수사의 목적은 공소제기와 유지에 필요한 범위로 못 박는다. 다만 증거가 사라질 우려가 있는 긴급한 경우에는 긴급 보완 수사가 가능하도록 한다. 성폭력 사건 증거의 시급성을 정면으로 겨냥하는 조항이다.


사라진 검사 자리에 피해자 권리를


가장 중요한 것은 사라진 검사의 교정 기능을 피해자의 권리로 대체하는 일이다. 여성계의 요구가 결국 향하는 곳도 여기다. 이해관계 당사자인 피해자가 수사를 견제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자기 사건의 수사 기록에 접근할 권리, 경찰이 불송치하거나 부실 수사했을 때 이의신청에서 재정신청으로 이어지는 불복 절차가 지금처럼 복잡해 사실상 닫혀 있지 않도록 실질화하는 것, 공소 유지 단계까지 참여할 절차 참여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보장하는 것이다. 이 셋을 함께 넣으면, 보완수사권 폐지는 기관 중심의 교정 장치를 피해자 중심의 교정 장치로 바꾼 개혁으로 다시 정의된다.


여기에 검찰과 무관하게 경찰 수사 자체의 품질을 담보하는 장치를 둔다. 폐지론의 최대 약점은 "경찰에만 맡기면 사건이 암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사의 보완수사요구권을 형식이 아니라 실질로 만들어, 요구를 받은 경찰에게 이행 의무와 기한을 지우고 불이행에 책임을 묻는 통제를 세워야 한다.


폐지의 원칙과 피해자의 안전은 대립하지 않는다. 대립하도록 방치하는 설계가 있을 뿐이다. "2030 여성의 안전과 직결된 우려를 외면하는 것은 모순"이라던 김남희 민주당 의원의 말은 이 지점을 정확히 짚는다. 개혁을 지지하기 때문에, 이 개혁이 단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도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요구다.


검찰청이 사라진 자리에 무엇을 세울 것인가. 또 하나의 거대한 수사기관도, 텅 빈 공백도 아니어야 한다. 그 자리에 놓여야 할 것은 피해자다. 오래 미뤄둔 이 개혁이 완성되는 방식이, 가장 약한 자리에 선 사람의 권리로 증명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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