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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페니즘(뷔페 페미니즘)' 단어에 대하여

요새 블로그 조회수(유입수)가 쭉쭉 늘길래 의아해서 통계를 좀 살펴봤는데, 아무래도 이재명 정부의 성평등가족부 장관 인선(용혜인 의원 지명) 관련 대중의 관심 때문인 것 같다. 조회수 꿀을 좀 더 빨기 위해 이 글을 작성한다.

내 블로그 유입 검색어 상위에는 항상 '페미니즘'이 있는데, (당연하죠 블로그 주소가 페미니스트 닷 케이알 인걸료?) 최근에 '뷔페니즘'이라는 단어가 순위에 있길래 이건 도대체 뭔가.. 싶어서 찾아봤다. 찾아보니 생각보다 오래된 말이더라. 2016년에 디시인사이드(아마도)에서 처음 쓰이기 시작했고, 2017년 9월에 미국 코미디언 빌 버(Bill Burr)의 스탠드업 영상이 남초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국내에서 퍼진 단어라고 한다.

'뷔페니즘'(뷔페 페미니즘)은 한국의 페미니즘이 뷔페처럼 유리하고 맛있는 것만 쏙쏙 골라먹으려는 얄미운 태도를 취한다는 나름의 일침용어다. 긁? 인 것이다. 그러나 정작 뷔페니즘이라는 단어에 긁히는 페미니스트들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이 비판이 애초에 두 가지를 헷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1) "어떤 개별 페미니스트가 자기 안에서 유리한 건 취하고 불리한 건 회피한다"는 개인 차원의 위선 비판이고, 다른 하나는 (2) "페미니즘/페미니스트 집단 전체가 하나의 입장을 가졌으며, 의제별로 주장에 모순이 있다"는 집단 차원의 비판이다.

(1) 전자부터 짚자면, 이성애 결혼에서 남자가 집도 해와야 하고 돈도 더 벌어야 하는데 육아와 가사는 동등하게 나눠야 한다는 여성 개인이 있을 수는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부르지는 않는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진부하지만 이 예시 외에는 들 것이 없었다. 웹에서 '한국여자페미니즘' 비판하는 사람들이 죽어라 드는 예시가 이것 뿐이라. 부디 조금 더 논거를 가져오길..) 즉 뷔페니즘이 그리는 그 '욕심쟁이 개인'과 '자칭 페미니스트'가 애초에 겹치는 집합이 아니란거다.

(2) 그런데 뷔페니즘이라는 말이 실제로 쓰이는 맥락을 보면 거의 다 후자다... 후자는 사실상 성립이 안 되는 비판이다. 왜냐면 페미니즘도 페미니스트도 단일하지 않기에.. (n개의/소문자 페미니즘 언제까지 설명해야 하는데) '뷔페'라는 비유가 성립하려면 뷔페 앞에 서서 이것저것 고르는 '한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페미니즘을 그런 단일 행위자로 뭉뚱그릴 수가 없다. 제3의 물결 페미니즘이니 자유주의·급진주의 페미니즘이니 하는 말들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페미니즘은 개인에 따라 모두 다른 방향성과 밀도를 가지고 있다. 젠더폭력에 집중하는 사람과 노동시장 차별에 집중하는 사람은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하고 있는 것이지, 같은 사람이 유리한 것만 골라잡고 있는 게 아니다. 어떤 입장을 가지고 '이것만이 페미니즘의 유일한 진리다'라고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는 없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페미니즘 내부에는 서로 정면으로 충돌하는 입장들이 수두룩 빽빽이다. 성노동 비범죄화를 주장하는 흐름과 성매매를 여성 착취의 제도화로 보고 반대하는 흐름은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으로 오래 싸워온 각각의 진영의 주장이고, 트랜스젠더 이슈를 둘러싸고도 자유주의 페미니즘과 래디컬-자칭-페미니즘은 다른 결론을 낸다. 이건 누가 봐도 '회피'가 아니라 입장이 다른 거다. 그런데 뷔페니즘이라는 틀로 보면 이 모든 개별의 차이가 "편한 것만 골라 먹는 기회주의"로 뭉개진다.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 단일 행위자를 상정해놓고, 그 행위자가 일관성이 없다고 비판하는 셈이니.... 성립할 수가 없는 헛짓거리를 하고 있는 거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맥이 빠진다. 결론은, 뷔페니즘이라는 단어는 일침도 팩폭도 아니며 그저 상상의 적에게 휘두르는 섀도복싱이다. 뷔페니즘이라는 단어를 진지하게 쓰는 사람은 현실에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부르는 사람을 직접 만나 대화 한번 나눠본 적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네이밍도 재미없고.. 고마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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