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권성동·안철수의 '하남자 공방', 유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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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안철수의 '하남자 공방', 유치하다 [주장] 정치는 '상남자' 만 한다는 성별 고정관념... 성숙한 시민의 언어가 필요하다 ▲ 국민의힘 권성동(왼쪽), 안철수(오른쪽) 의원 ⓒ 오마이뉴스 관련사진보기 최근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강원강릉시)과 안철수 의원(경기성남시분당갑)이 서로를 두고 '하남자'를 운운하며 비난을 주고받았다. 안철수 의원이 내란 특검의 참고인 조사 요구에 불응한 것에 대해 권성동 의원은 30일 오전 "안철수 당대표 후보가 특검으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다며 호들갑을 떨었다"면서 "여의도 대표 '하남자'"라고 비난했다. 이에 안 의원은 지난 2022년 7월 권 의원이 윤석열 당시 대통령과 주고 받은 텔레그램 메시지 캡처를 공개하며 "(윤석열의) 하수인"이라고 응수한 것이다. 두 사람은 상대의 정치적 태도나 정책적 입장이 아니라, '남자답지 못하다'는 식의 조롱을 택했다. 이는 단순한 감정싸움 이상의 함의를 갖는다. 왜 지금, 한국 정치의 중심부에서조차 성별 고정관념이 유치한 무기로 동원되는가. 한국 정치는 남자들의 경기장인가 '하남자'라는 말은 최근 유행하는 젊은 세대 신조어로 '상남자'의 반댓말이다. '상남자'는 강하고 결단력 있으며 리더십을 발휘하는 남성성을 이상화한 표현이고, 그 반대인 '하남자'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남성에게 낙인을 찍는 말이다. 감정적이거나 유약해 보이고, 판단력이 부족하다고 여겨질 때 쉽게 사용된다. 이러한 언어는 정치적 비판의 수준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데 일조한다. 문제는 이러한 성 역할 이데올로기가 정치 영역에서도 은연 중에 통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는 다양한 시민의 삶을 대변하고 조율하는 공적 영역이며, 당연히 여러 성격, 성별, 태도의 정치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두 중견 남성 정치인이 서로를 ...

[오마이뉴스] 낭비할 시간이 없다... 여성가족부 장관, 이렇게 검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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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18개월째 장관 공백, 역대 최장 기간 동안 장관이 없는 부서가 바로 현재 여성가족부다. 최근 이재명 정부의 여성가족부 장관 지명자인 강선우 의원이 자진사퇴로 낙마한 후, 아직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가 지명되지 않은 상태다.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기다리며, 그를 검증할 정책적 과제를 짚어본다. 여성가족부가 추진해야 할 주요 정책은 다음과 같다. ① 비동의강간죄 도입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 관련 형사법은 오랜 기간 '폭행 또는 협박'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왔다. 현행 형법 제297조는 강간죄의 구성 요건으로 '폭행 또는 협박에 의한 간음'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곧 물리적 저항이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성폭력을 판단하는 구조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 기준은 성폭력 피해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에 따라 '동의 여부'를 기준으로 성범죄를 판단하는 비동의 강간죄의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비동의 강간죄는 말 그대로 상대방의 명시적 동의가 없는 성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삼는 법적 개념이다. 유럽연합을 비롯한 국제 인권 기준은 이미 '동의 없는 성관계는 범죄'라는 원칙을 채택하고 있으며,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은 동의 중심 강간죄를 법제화했다. 특히 스웨덴은 2018년 '성관계의 자유로운 동의'를 중심으로 한 성범죄법을 도입한 이후 성폭력 기소율과 유죄 판결이 크게 증가하는 효과를 보였다. 한국에서도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촉구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2018년 '미투 운동' 이후,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인식이 대중적으로 확산되면서 법 개정 요구가 본격화됐다. 같은 해 여성단체들은 "동의 없는 성관계는 강간"이라는 구호 아래 국회 앞 시위를 이어갔으며, ...

[오마이뉴스] 강선우 후보 지명을 철회해야 할 네 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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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선우 후보 지명을 철회해야 할 네 가지 이유 각종 논란에, 철학도 부재... 여성, 성소수자, 청년으로 가득했던 광장의 목소리에 응답하라 ▲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14시간에 걸친 인사청문회에서도 후보자의 성평등 정책에 대한 부적절한 인식과 의지 부족에 대한 지적이 나오며, 야당뿐 아니라 시민사회로부터도 지명 철회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현재 17개월째 장관이 공석인 상태다. 이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장기 장관 공석 사례로 기록되며, 이 부처의 행정력과 상징성을 크게 훼손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첫 내각 구성의 일환으로 여성가족부 장관을 임명하는 것은 단순한 인사 행위가 아니라, 부처 정상화를 위한 정치적 메시지이자 국정운영 철학의 선언이어야 했다. 그러나 강 후보자의 행보는 그와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는 대선 공약의 의미 여성가족부는 설립 초기부터 여성 문제를 가족·청소년 정책과 결합된 하위 영역으로 다루어 왔다고 본다. 이는 여성의 존재를 '어머니', '양육자', '가족의 일원'으로 전제하는 정책 철학에서 비롯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출산 및 양육 지원 중심의 업무에 집중되었다. 이 과정에서 여성은 시민으로서의 개별 권리 주체가 아닌, '가족 내 기능적 존재'로 축소되어 왔다. 또한 기존 여성가족부의 정책은 성차별 문제를 전체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보지 못하게 만드는 한계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구조는 성평등 정책을 '여성만을 위한 정책'으로 오해받게 했고, 그 결과 젠더 정의 담론은 정치적 반격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

[오마이뉴스] 이재명 '성평등 정부', 여성가족부 넘어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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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s://omn.kr/2eigd ▲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19개 부처에 대한 초대 내각 인선을 마무리했다. 지명된 장관 후보자 19명 중 여성은 5명(강선우·송미령·이진숙·정은경·한성숙)으로, 여성 비율은 26.3%에 해당한다. 이는 대선 공약이었던 '여성 장관 30%'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윤석열 정부 1기 내각의 18.75%와 비교하면 개선된 수치다. 초대 내각 지명자 중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공직 적격성 논란이 특히 격화되고 있는 시점에, 새 정부의 성평등 정책 추진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고 그 권한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당선 이후에도 국무회의 등에서 해당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책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국회에서는 성평등가족부의 방향성과 운영 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고, 한국여성학회 및 주요 여성단체들이 연이어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보수 개신교 계열의 학부모 단체들은 '성평등'이라는 용어가 양성평등을 부정하고 동성애, 성전환, HIV/에이즈를 조장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래디컬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일부 2030 여성들 역시 다른 결의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성차별이 여전히 뿌리 깊은 한국 사회에서 정부 자원과 정책은 '생물학적 여성'에게 집중되어야 하며, 남성까지 포괄하는 정책은 오히려 여성의 권리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찬반의 엇갈림 속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이 여성가족부의 권한 강화와 내각 내 여성 비율 확대, 성폭력 예방 및 피해 구제 강화 등 성평등 정책 전반을 약속한 점은 분명히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여전히 구조적 한계는 존재한다. 핵심적인 문제는 바로 '여성'을 ...

[오마이뉴스] 이재명 대통령 취임사에 없던 단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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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37296 이재명 대통령 취임사에 없던 단어들 [주장] 새 정부의 핵심 철학 담은 취임사, 성평등·사회적 소수자 관련 의제 제외 아쉬움 공유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리는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 행사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관련사진보기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을 통해 임기를 공식 시작했다.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한 여당과 과반에 가까운 득표율을 가진 대통령의 조합으로 역대 가장 강력한 정권이 될 것이라고 예측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민주주의, 국민주권 실현, 경제 회복, 안보 강화, 문화 진흥 등 다양한 국가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성인지 감수성의 관점에서 이번 취임사는 명백한 한계를 드러냈다. 젠더 문제, 단순한 '갈등' 아닌 구조적 현실 2025년, 한국 사회는 정치적 격변기와 함께 극심한 성별 갈등, 저출생 문제,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 등 다층적인 사회 갈등에 직면해 있다. 특히 성평등과 포용은 더 이상 특정 집단의 의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성과 공동체 회복을 위한 핵심 과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제21대 대통령의 취임사는 시대적 과제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구성되어야 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연설은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 문화 진흥에 대한 언급은 풍부했지만, 성차별과 젠더 기반 폭력, 성소수자 인권과 같은 핵심적인 사회 문제에 대한 인식과 대안은 사실상 부재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남녀를 갈라 싸우는 지경"이라는 표현으로 성별 갈등을 언급했다. 이는 젠더 문제를 단지 경제적 저성장과 경쟁의 맥락에서 접근한 것이며, 구조적 차별과 정책 부재의 결과라는 본질을 간과한 표현이다. 젠더폭력, 성소수자 차별, 성별 불평등 등은 현실에서 통계와 사례...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

어떤 인물을 윤리적으로 비난하는 여론이 있을 때, 이러한 공개적 비난이 정당화되는 근거로 흔히 제시되는 이유는 그 대상이 ‘공인’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엄밀히 말해, ‘공인’은 법적 또는 제도적 맥락에서 통상 정무직 공무원을 가리킨다. 선거로 선출되거나 국회의 동의를 통해 임명되는 고위 공직자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의 직위는 사회적 영향력이 큰 결정을 내릴 권한이 있으며, 국민의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존재로서 사생활을 검증받는 것이 정당하다. 반면 사인의 경우, 법률 위반에 대해서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처벌을 받으면 될 일이며, 그 외의 도덕적 입장차가 있는 행위는 개인의 영역으로 남아야 한다. 예를 들어 다자연애나 혼외정사는 현재 한국에서 법적으로 처벌되지 않으며(간통죄는 2015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폐지되었다), 한 쪽의 유책 사유가 있는 이혼이라면 민사 절차에 따라 위자료를 지급하면 될 사안이다. 이는 법치주의 국가가 작동하는 방식이며, 국가 공동체가 오랜 논의를 거쳐 합의한 핵심 원칙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공인’이라는 말은 훨씬 넓은 범위로 사용된다. 특히 연예인, 스포츠 선수, 크리에이터 등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유명인'을 사람들은 ‘공인’으로 간주하고, 그들의 사생활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논하며, 공적 책임을 요구한다. 이처럼 유명인과 공인을 동일시하는 인식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나는 이것이 ‘명성 경제’라는 가치관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명성 경제’란 단어는 아직 널리 통용되는 개념은 아니지만,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을 설명하기에 유용한 틀이다. 여기서 인지도(Fame)와 평판(Reputation)은 곧 경제적 자산으로 기능한다. 전통적으로 실력, 품질, 인격, 정의, 윤리 같은 요소들이 평가의 기준이었다면, 지금은 노출수, 조회수, 재생수, 팔로워 수 등이 곧바로 돈이 된다. 즉, 인플루언서 마케팅, 유튜브 광고 수익, 기업 협찬 등의 구조에서 보듯, ‘얼마나 많이 알려졌는가’가 가장 강력한 ...

[오마이뉴스] (4화) 1학년 조소과 수업, 누드모델의 입이 근질거릴 때

 모델 일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배운 이론(?)은 콘트라포스토 자세에 관한 것이다. 콘트라포스토(contrapposto)란 '대비되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에서 유래했으며, 한쪽 다리에 대부분의 체중을 싣고 서 있는 자세를 말한다. 콘트라포스토 자세에서는 힘을 주어 곧게 편 다리의 골반이 올라가고, 다른 쪽 무릎은 살짝 구부러지고, 골반이 올라간 쪽 어깨는 자연스럽게 처져서, 양 어깨와 양 골반을 선으로 이으면 누운 사다리꼴 모양이 된다. 콘트라포스토 자세가 인체묘사에서 중요한 것은, 신체를 표현할 때 자연스러운 동세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고대 이집트나 초기 그리스의 인체묘사(벽화나 동상 등)을 살펴보면, 양쪽 다리를 모두 곧게 피고 어깨도 수평을 이루는 경직된 신체묘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원전 5세기 이후, 콘스라포스토가 기법으로 전파된 이후의 인체 묘사는 실제 사람의 자세와 동세를 훨씬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콘트라포스토 자세를 취한 대표적인 서양 미술작품으로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 등이 있다.   나는, 좋은 포즈는 편한 포즈라고 생각한다. 모델로서 근육에 무리를 주지 않고 일을 쉽게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보다는 과장되거나 뻣뻣한 포즈는 인체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드러내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로잉 수업에서 교수님이나 학생이 특별한 요구를 하지 않는 한, 첫 포즈는 콘스라포스토 자세를 취한다. 물론 모든 인체 표현이 콘트라포스토 자세만을 표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투창 자세를 묘사할 때, 물체를 앞으로 던지기 위해 앞다리에 힘을 주고 다른편 팔을 뒤로 힘껏 미는 순간을 묘사한다면 어깨와 골반을 이은 선은 사다리꼴이 아닌 정사각형이 될 것이다. 이렇게 '부자연스러운' 자세는 곧 순간적인 역동성의 표현이 된다(그래서 오래 버티기 힘들다). 모델 일을 10년 넘게 하다 보니, 풍월을 읊는 서당개가 된 것마냥 미술 교육의 귀동냥을 많이 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