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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권만 참정권이라는 착각

 "제가 몇 표 받았는지..." 선관위와 민주당을 향한 본질적 질문 [주장] 투표권만 참정권이라는 착각 원문: https://omn.kr/2j6oh ▲ 23일 압수수색을 마친 합동수사본부 관계자들이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나오고 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 규명을 위한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이날 오전부터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관위와 송파구·강남구·서초구 선관위 등을 압수수색했다. 2026.7.23 [공동취재] ⓒ 연합뉴스 투표는 참정권의 전부인가. 최근 나란히 불거진 두 사건은 이 물음을 정면으로 제기한다. 하나는 선거관리위원회를 향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향한 것이다. 두 사안은 정치적 진영도, 문제의 결도 달라 보이지만, 유권자가 던진 표 이후의 과정을 다루는 방식에서 놀랍도록 닮아 있다. 조작된 투표율, 감춰진 득표율 먼저 선거관리위원회를 보자. 지난 7월 23일,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의 투표율 조작 정황을 포착하고 압수수색에 나섰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선관위 실무자들이 투표율을 허위로 입력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아직 수사 초기 단계이고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황이 포착되어 강제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무겁다.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이, 유권자가 얼마나 참여했는지를 기록하는 가장 기본적인 숫자를 조작했을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 시위는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며 부정선거 음모론과 뒤섞였고, 그 과정에서 사적 검문과 시설 점거 같은 명백한 불법으로 번졌다. 시위의 방식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이 처음 내걸었던 '참정권 침해'라는 문제의식마저 음모론으로 싸잡아 기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이번 압수수색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투표용지가 실제로 부족했고 투표율이 조작됐을 정황까지 드러난 이상, 절차의 투명성에 대한 시민의 요구는 그 ...

보완수사권 '폐지-존치' 프레임, 그 자체가 함정이다

보완수사권 '폐지-존치' 프레임, 그 자체가 함정이다 [주장] 사라진 검사의 자리에 피해자의 권리를 놓아 경찰을 견제해야 원문: https://omn.kr/2j3qc ▲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김동아 의원, 손솔 진보당 의원과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노동자회, 장애여성공감,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관계자들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형사소송법 개정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형사사법은 그동안 여성폭력에 무지했고, 무능했다. 권위주의적이었으며 불평등했다"며 "형사소송법 개정이 피해자에게 개악이면 안 된다"고 촉구했다. ⓒ 유성호 검찰청이 사라진다. 1948년에 세워진 이 기관은 78년 만에 문을 닫고, 오는 10월 수사를 맡는 중대범죄수사청과 기소를 맡는 공소청으로 갈라진다. 이제 남은 것은 형사소송법이다. 조직을 나누는 법은 통과됐지만, 실제로 검사가 수사에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는지를 정하는 절차법은 지금 국회에서 심사 중이다. 그 한복판에 '보완수사권 폐지'가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원칙에는 폭넓은 공감대가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기관이 처음부터 끝까지 쥐고 있으면, 누구를 수사할지부터 재판에 넘길지 말지까지가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된다. 이 권력이 정권에 따라 강도와 방향을 달리해온 역사는 오래 지켜봐 온 바다. 수사는 수사기관이, 기소는 기소기관이 맡고 그사이에 견제가 흐르게 하는 것. 그것이 개혁의 요체라는 데는 이견이 크지 않다. 그러나 최근 여성계가 던진 물음 앞에서 이 원칙은 멈춰 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멈춰서 되돌아가라는 뜻이 아니라, 더 정교해지라는 뜻이다. 지난 며칠 사이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장애여성공감, 민변 여성인권위원회를 비롯한 단체들이 잇따라 국회에 섰다. 이들의 말은 "검찰을 지키자"가 아니었다. 정황증거의 판단이 사건의 향방을 가르는 성폭력 사건에서는, 수사 단계에서부터 ...

'피해자' 앞세운 보완수사권 존치론, 국민의힘의 자격을 묻는다

 '피해자' 앞세운 보완수사권 존치론, 국민의힘의 자격을 묻는다 [주장] 장윤기 사건의 피해자를 앞세우지만 '아동 성매매' 최영중 공천... 반성이 먼저다 원문:  https://omn.kr/2j3ku ▲국민의힘, '보완수사권 존치' 당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정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가 국회의 마지막 관문에 이르자 국민의힘이 전면에 내세운 것은 성범죄 피해자였다. 장동혁 대표는 이른바 장윤기 사건을 연일 앞세웠고, 한동훈 의원은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를 면담하며 존치를 주장했다. 검찰의 보완수사로 성범죄 혐의가 드러난 사건들을 검찰 수사권 유지의 근거로 동원하는 방식이다. 피해자의 고통이 조직의 권한을 지키는 방패로 배치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이 덮은 성범죄, 검찰 보완수사가 되살리다 장윤기 사건은 그 자체로 보완수사권 논쟁의 한복판에 있다. 만 23세 장윤기는 2026년 5월 5일 어린이날 광주 광산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흉기로 살해했다. 경찰은 이를 단순 살인·살인미수로 송치했으나, 검찰이 보완수사로 확보한 차량 내 케이블타이와 SD카드 등을 토대로 강간 등 살인 혐의를 적용했고, 장윤기는 2차 공판에서 성범죄 목적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 과학수사계가 올린 '성적 동기 개입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의 면담 결과 보고서는 기록에서 누락됐고, 수사팀장 박 경감은 "성범죄로 몰아가지 말라"며 사건을 축소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장윤기의 부친인 현직 경찰 간부는 증거인멸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요컨대 경찰이 놓치거나 덮은 성범죄 혐의를 검찰 보완수사가 되살린 사건이라는 점에서, 존치론의 유력한 근거로 인용되는 것이다. 보완수사권 폐지론의 명분 자체는 분명하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검찰...

나는 임신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이 발언을 환영한다

나는 임신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이 발언을 환영한다 [주장] 이재명 대통령의 임신중지 약물 '미프진' 도입 검토 지시에 붙여 원문:  https://omn.kr/2j2se ▲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7.14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14일 이재명 대통령이 초기 임신단계에서 임신 중지를 위해 복용하는 약물, 이른바 '미프진' 도입 검토를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에선 허용이 안 돼 여성들이 해외 직구로 복용하는 모양"이라며 "정부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적정하게 투약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이런 식으로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모자보건법 개정 전이라도, 낙태 허용 범위와 투약 주수를 둘러싼 원론적 논쟁에 갇혀 진전이 없는 상황을 지적하며 나온 발언이었다. 나는 이 지시를 나 자신의 문제로 여기며 환영한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나는 임신할 계획이 없는 레즈비언이고, 통념대로라면 이 약은 나와 가장 거리가 먼 의제여야 하니까. 그러나 낙태권은 페미니즘의 오래된 의제였고, 무엇보다 한국의 2030 여성들이 거리에서 자기 목소리로 밀어 올린 의제였다. 2016년 10월, 검은 옷을 입은 여성들이 서울 도심을 채웠다. 그해 9월 보건복지부가 임신중절 시술 의사의 자격을 정지할 수 있게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데 대한 분노에서 시작된 시위였다. 폴란드와 아일랜드의 시위와 국경을 넘어 조응한 '검은 시위'는 한국 여성 운동사의 하나의 분기점이 되었다. 2015년의 페미니즘 리부트, 그해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한 문제제기와 맞물려 온·오프라인의 페미니스트들이 새로이 조직됐고, 그 흐름은 2019년 4월 낙태죄 헌법불합치 선고로 이어졌다. 그 거리에서 울려 퍼진 구호를 나는 잊지 않는다. "나의 자궁은 나의 것", "우리는 인...

(5화) 누드모델이 천직이라 말했지만, 그것만으론 살 수 없어서

불규칙한 수입과 4대보험 부재... "할머니가 되어서도 하고 싶은 일인데" 누드 모델이 천직이라고 썼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하고 싶은 일은 이것뿐이다. 그런데 천직이라기엔 내게 누드 모델 일을 통한 벌이의 비중이 너무 작다. 지난 학기, 그러니까 2025년 하반기(미술 모델에게 시간은 학기 단위로 흐른다)에 나는 모델 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 대신 낮엔 집 근처 공립학교 급식실의 배식원으로 일하고, 저녁엔 다이닝 레스토랑 디너부 서빙으로 투 잡을 '뛰었다.' 모델 일 요청이 없었던 건 아니다. 방학 때 생계를 유지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한 금액이었기에 4대보험이 되는 일을 구했고, 출근을 하느라 모델 일을 받지 못했다. 벌써 13년 동안 꾸준히 해 온 직업인데, 실은 매년 이 꼴이다. 모델 일만으론 살 수 없다는 것 모델 일로 온전히 생계를 유지하는 분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알기론 다들 비슷하다. 주중에는 출근하는 생업이 따로 있고 주말에만 모델 일을 받거나, 모델 일을 포함한 시간제 일자리 2~3개를 병행하는 식이다. 어떤 선배는 평일엔 사무직 직장에 출근하고 주말엔 모델 일을 한다. 어떤 동료는 카페 아르바이트와 모델 일을 번갈아 가며 한다. 신입 모델을 모집하는 에이전시 등은 비교적 높은 시급(4만 원 내외) 혹은 일이 가장 많은 달(학기 중 시험 기간이 없는 시기)의 수입(월 300만 원 내외)을 홍보하지만, 그것이 연중 지속되는 금액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학기 중에는 일이 몰린다. 주 5일, 하루 4~6시간씩 수업이 잡힐 때도 있다. 그때는 '이번 학기는 모델 일만으로도 먹고살 수 있겠다'는 착각에 빠진다. 그러나 시험 기간이 되면 수업이 멈추고, 방학이 되면 일이 뚝 끊긴다. 7~8월, 1~2월은 모델들에게 공포의 시기다. 학교는 방학이고, 사설 화실이나 작가 작업실의 일만으로는 삶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가 어렵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신입 모델들은 방학 기간에 잠깐 ...

권성동·안철수의 '하남자 공방', 유치하다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국민의힘 권성동(왼쪽), 안철수(오른쪽) 의원 ⓒ 오마이뉴스 관련사진보기 최근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강원강릉시)과 안철수 의원(경기성남시분당갑)이 서로를 두고 '하남자'를 운운하며 비난을 주고받았다. 안철수 의원이 내란 특검의 참고인 조사 요구에 불응한 것에 대해 권성동 의원은 30일 오전 "안철수 당대표 후보가 특검으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다며 호들갑을 떨었다"면서 "여의도 대표 '하남자'"라고 비난했다. 이에 안 의원은 지난 2022년 7월 권 의원이 윤석열 당시 대통령과 주고 받은 텔레그램 메시지 캡처를 공개하며 "(윤석열의) 하수인"이라고 응수한 것이다. 두 사람은 상대의 정치적 태도나 정책적 입장이 아니라, '남자답지 못하다'는 식의 조롱을 택했다. 이는 단순한 감정싸움 이상의 함의를 갖는다. 왜 지금, 한국 정치의 중심부에서조차 성별 고정관념이 유치한 무기로 동원되는가. 한국 정치는 남자들의 경기장인가 '하남자'라는 말은 최근 유행하는 젊은 세대 신조어로 '상남자'의 반댓말이다. '상남자'는 강하고 결단력 있으며 리더십을 발휘하는 남성성을 이상화한 표현이고, 그 반대인 '하남자'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남성에게 낙인을 찍는 말이다. 감정적이거나 유약해 보이고, 판단력이 부족하다고 여겨질 때 쉽게 사용된다. 이러한 언어는 정치적 비판의 수준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데 일조한다. 문제는 이러한 성 역할 이데올로기가 정치 영역에서도 은연 중에 통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는 다양한 시민의 삶을 대변하고 조율하는 공적 영역이며, 당연히 여러 성격, 성별, 태도의 정치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두 중견 남성 정치인이 서로를 '하남자'라 칭하며 조롱하는 방식은, 정치를 여전히 '강하고 결단력 있는 남성'만이 어울리는 공간으로 간...

낭비할 시간이 없다... 여성가족부 장관, 이렇게 검증하자

▲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18개월째 장관 공백, 역대 최장 기간 동안 장관이 없는 부서가 바로 현재 여성가족부다. 최근 이재명 정부의 여성가족부 장관 지명자인 강선우 의원이 자진사퇴로 낙마한 후, 아직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가 지명되지 않은 상태다.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기다리며, 그를 검증할 정책적 과제를 짚어본다. 여성가족부가 추진해야 할 주요 정책은 다음과 같다. ① 비동의강간죄 도입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 관련 형사법은 오랜 기간 '폭행 또는 협박'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왔다. 현행 형법 제297조는 강간죄의 구성 요건으로 '폭행 또는 협박에 의한 간음'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곧 물리적 저항이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성폭력을 판단하는 구조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 기준은 성폭력 피해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에 따라 '동의 여부'를 기준으로 성범죄를 판단하는 비동의 강간죄의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비동의 강간죄는 말 그대로 상대방의 명시적 동의가 없는 성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삼는 법적 개념이다. 유럽연합을 비롯한 국제 인권 기준은 이미 '동의 없는 성관계는 범죄'라는 원칙을 채택하고 있으며,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은 동의 중심 강간죄를 법제화했다. 특히 스웨덴은 2018년 '성관계의 자유로운 동의'를 중심으로 한 성범죄법을 도입한 이후 성폭력 기소율과 유죄 판결이 크게 증가하는 효과를 보였다. 한국에서도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촉구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2018년 '미투 운동' 이후,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인식이 대중적으로 확산되면서 법 개정 요구가 본격화됐다. 같은 해 여성단체들은 "동의 없는 성관계는 강간"이라는 구호 아래 국회 앞 시위를 이어갔으며, ...